2018년 1월 2일 화요일

어제 오늘 걸쳐 그림책 한 권과 논픽션 한 권을 읽었다. 그림책 Town is by the sea  (writing by Schwartz/ illustration by Sydney) 는 바닷가 탄광촌의 남자 아이가 바라보는 광부 아버지와 그 아버지가 될 자신의 운명, 논픽션 Kids at work  (by Freedman)는 20세기 초 미국에서 활동한 사진사 Lewis Hine이 아동 노동 착취 현장들을 기록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둘 모두 아동과 노동에 관한 책들이었다. 

그리고 둘 모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다. Hine이 남긴 사진들은 차마 바라보기 힘든 참혹한 현실을 담고 있음에도, 현실을 바꾸고자 한 Hine의 열정과 그 현실을 버티는 (혹은 버티다 못해 짓눌려 버린) 아이들의 무심한 얼굴이 팽팽한 긴장감을 이루면서 눈을 떼기 어려운 힘을 만들어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드러는 채로 서서, 아이들은 포즈를 취하는 게 아니라 사진사를 바라보고 있다. 그들의 노동은 부끄럽지 않다, 영원히. 그러나 그들을 착취하는 현실, 그 현실을 묵과하는 더 큰 현실은 사진 속 아이들이 Hine을 바라본 그 시선 아래서 영원히 부끄러울 것이다. 흑백 사진의 명암 속에서 병치되는 시선들의 이 구조는  Town is by the sea 에서도 계속된다. 매일 갱으로 향하는 아버지와 그 뒤에 남은 아이가 보내는 하루, 귀가하는 아버지와 함께 하는 따뜻한 시간, 그리고 다시 반복되는 일상을 아이는 "This is how it goes" 라는 구절로 소개한다. 낮동안 아이는 햇살 가득한 바닷가 마을에서 시간을 보내지만 이따금씩 마음은 어둡고 위험한 갱 속에서 일하는 아버지를 향하고, 그 마음의 시선을 따라 그림들 역시 밝은 지상과 어두운 지하를 반복해서 오간다. 마찬가지로 광부였던 할아버지의 마지막 소원 "Bury me facing the sea b'y, I worked long and hard underground." 을 떠올리는 장면 다음으로는 두 페이지에 걸쳐 넓은 바닷가의 공동묘지와 그곳을 비추는 늦은 오후의 온유한 햇살, 그리고 그 속에서 무덤가를 살피는 아이를 조감도로 그린다. 하늘에서 바라본 아이가 유난히 작아 보이는 것은, 대대로 광부가 되는 운명을 "this is how it goes"로 읊조리는 아이의 마지막 문장들을 예견한다. 그러나 아이는 작지 않다 - 집에 돌아온 아버지는 검댕 가득한 지친 몸이지만 아들을 힘껏 안아 올린다. 이러한 상승의 이미지는 아이가 존재하는 지상이라는 공간, 그리고 친구와 그네를 타며 바다 위로 솟아오르는 느낌을 묘사하는 부분에서도 등장한다. 사랑받고 사랑하고, 또 유년기가 박탈되지 않은 이 아이는, 그의 운명이 무엇이든, 행복하다. 그러나, 그러나 운명은, 이미 너무나 깊이 아이 안에 각인되어 있는 것 같다.

정월 초하루, 이 두 책을 마음에 품어본다.


댓글 1개:

indigo :

힘이 나네요, 이 글을 읽고 나니. 잘 읽어보고 다시 읽어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