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1일 월요일

그저께 병원에서 책불카드로 지불을 했다가 잔고가 부족해 일부만 지불된 일이 있었다. 내 얼굴을 아는 안내원은 말하기 민망해 하면서도, 나머지는 다음에 내도 된다며 '괜찮다'는 메시지를 확실히 하기 위해 웃는 표정을 지어 주었다. 다음 달이면 마지막 장학금이 입금되어 잔고 부족이 일단은 해결될 거라는 걸 알면서도, 나는 병원에서의 일을 마음에 담아 두었다. 육개월 뒤부터 장학금이 끊길 것이고 그때를 위해 지원했던 장학금들이 얼마 전 모두 거절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일이 연말 분위기, 그리고 한파와 겹치더니 - 자기 연민이라는 불을 내 안에 지피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작았던 불꽃이, 지난 한 해 나에게 찾아온 일들을 하나 둘씩 땔감으로 가져다 모았더니 불은 점점 커졌다. 한 해의 마지막 날을 그 불가에 앉아 몸을 데워보겠다는 심산인 것이다. "불쌍한 나," 라고 말하며 불에 침을 뱉고, 이글거리는 불길이 마치 나의 업적인양 눈을 빼앗긴다.

이런 상태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 그를 다독일 방법을 찾고 있다. 어쩌면 저 불이 꺼지면 스스로 일어날지도 모르겠으나, 자기 연민은 습관이 되어 다시 제 스스로 피어오를 것이다. 그렇게 지피게 두고 걸어 나오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겠다. 너는 그 불 안 번지게 잘 지키고 거기 있으라고. 

나는 계속 걸어가야 하니까, 계속 만들어져 나가고 있으니까. 담아두고 털어내고 태우고 씹어먹고 음미하고 삼키고 아니면 뱉고 싸고 만지고, 품고 얼싸안고 내치고 밀어내고 다시 끌어 당기고, 그러면서. 그러면서 계속 춤 추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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