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3일 수요일

초등학교 저학년 때 선생님들께 꾸중 들을 일들이 많았는데 -아니면, 꾸중 들었던 기억이 아프게 남아 있는데-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생각은 내 안에 오랫동안 뿌리 내려 있었다. 5학년 때 일본 여행을 갔을 때 친구들에게 "미안해" 라는 말을 하면 내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때 만난 친구들에게부터였나 미안해 고마워 라는 말을 수시로 하면서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스스로 확인해왔던 것 같다. 그리고 물론 실제로, 고마울 일과 미안할 일은 지금까지 수도없이 많았다. 고맙다는 미안하다는 말들은 항상 부족해서 문제라는 세간의 인식에도 공감했다. 그러나 지난 몇년 동안, 나는 '고맙다고 말은 하지만 사실 다 주고받는 것이 있는', '미안할 일이긴 하지만 어쩔 그냥 지나치는' 민망함이 민낯으로 드러난 생활을 하면서, 내가 고맙다는 말과 미안하다는 말을 헤프게 사용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명백히 상대방이 내게 고맙다고 해야 하는 상황에서 내가 불쑥 고맙다는 말을 하는 바람에 모두가 난감해진 적이 있는데, 그때 처음으로, 내가 '고맙다'는 말을 하는 것은 사실 상대방에게 그 말을 듣고자 기대해서였는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한 내가 미안하다고 말을 하면 그것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나를 밟고 올라설 발판만을 제공할뿐, 관계에 아무 보탬이 되지 않는 일들도 겪었다. 그래서 요즘은 고맙다는 말이나 미안하다는 말을 하려는 순간이 오면, 한번 생각한다. 이것이 정말 감사할 일인지 그리고 정말 사과할 일인지. 그리고 해야 하는 상황이면 단 한 번, 대신 진심을 담아 하려고 노력한다. 내가 팍팍해진 것도 있고, 또 그 와중에 좀더 신중해진 것도 있을 것이다. 그 둘 사이 어딘가의 지점에서, 상대방 앞에 나를 기꺼이 내려놓을 줄 알되 그것이 나를 만족시키기 위한 '처사'가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나의 진심어린 태도를 드러내는 제스처를 찾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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