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단 저 집단에 치여 유독 제대로 식사를 못한 KK 집단 원숭이들은 오늘, 먹을 기회를 찾기 위해 까요의 윗섬과 아랫섬을 몇번을 오갔다. 집단이 이동할때는 하던 일 모두를 중단하고 다수가 움직여 가는대로 따라가는데, 군소 집단이어서 항상 밀집되어 있는 까닭에 집단의 나머지 구성원들이 어디서 무얼 하는지가 더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그래서 한 번 집단 이동이 시작되면 순식간이고, 우리는 오분도 안되는 시간동안 움직여가는 칠십여마리의 원숭이들을 쫓아야 한다. 그런 식의 이동을 삼사십분 안에 두어 차례 하는 KK를 찜통 더위 속에서 쫓는 것 자체가 힘이 들기도 했지만, 아마도 내 안에서 솟아오른 역겨움의 본질은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고려되지 않는 삶, ‘남’이 움직여가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합류해야 하는 그런 삶, 남이 이 나무에서 열매를 따 먹으면 나도 달려와 같이 따 먹고 그러다 기어코 싸움 한번은 해야 하는 삶. 쉼없이 열매들을 입에 넣는 어느 원숭이 엄마의 행동을 기록하는 십오분은 그래서 정신적인 소진 상태로 마감되었다.
일을 마치고 가방을 챙기고 있는데, 보조 연구원 한 명이 나를 두고 먼저 가면서 자기는 배를 놓치고 싶지 않다고 말을 했다. 배시각은 아직 십분 남아 있었고, 배는 아침에 데리고 들어온 연구자들을 그대로 실어 돌아가기 때문에 혹여나 출발 시각이 넘어가더라도 그를 두고 배가 뜰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렇게 말을 하며 급한듯 배터로 걸어 나가는 그에게서 원숭이적 기원을 느꼈다. 이런 것을 두고 우리가 사회적 동물이라 하는 것인가? ‘내가' 남들로부터 뒤쳐지지 않고 홀로 남고 싶지 않은 본능을? 그는 그렇게 나를 뒤에 두고 갔는데? 저 사회성의 본능을 뒤집어, 내가 다른 이들을 소외시키지 않으려 노력하고, 뒤쳐진 이들이 있다면 그들을 함께 갈 수 있도록 하는 사람들 또한 존재한다. 내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원숭이이고, 어느 지점부터 그러하기를 그만두었는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음을 강하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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