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6일 월요일

학교에서 알게 된 어느 한국인 대학원생 아가씨는 남자친구가 미국인이라고 말하였는데, 그에 대한 만족감을, 한국에 계신 부모님도 외국인 사위 두손들고 반긴다는 것으로 표현하였다. 그 짧은 두어 문장이 흐르는 동안 나도 이미 '와우' 하고 있었으나, 그 부모님은 '외국인 사위' 라는 '조건'을 좋아하는 것일뿐이며 나 또한 정확히 그것에 반응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 그저 한심할 뿐이라는 것으로 감정은 빠르게 귀결되었다. 나는 그 아가씨의 애인과 눈빛을 마주하고 말한마디 나누어본적이 없으며, 함께 살면서 그 사람의 생활습관을 비롯, 감정이 오르내릴때 그를 스쳐가는 풍경이 어떤 빛깔들인지 접해본적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고로 내가 알지 못한/못할 그를 내가 욕망하고 있다면 이건 도대체 무슨 현상인가? 가장 씁쓸한 것은 그러나, 나도 나의 남편도 은연중에 아니면 대놓고서, 우리 딸 또한 한국인이 아닌 남자와 결혼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물론 결혼을 굳이 하겠다고 한다면 말이다.) 그 무엇이 되었든 꽁꽁 싸매고 내리누르는 것 만큼이나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또한 아름답지 못하기에, 그 아가씨의 두어 마디에 연루된 모든 한국인들 - 나, 남편, 그녀와 그녀의 부모 - 은 졸지에 참 천박한 존재들이 되고 말았다. 자신의 결혼관계가 근본적으로 불만족스럽다는 것을 드러냄과 동시에, 그 문제의 원인 즉 '한국 남자'의 카테고리에 속한 남자들의 경우 개선이 거의 힘들다는 본질주의적인 사고 속에서 대책없이 자기 욕망을 투사하고 있었다. 이 노골적임, 그리고 수동적임.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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