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3일 금요일

어젯밤 연구비 지원서를 한군데 또 내고 나니 오늘은 잠깐 쉬어가고싶어진다. 연구실에 가 남아있는 유전자분석을 만지작거리면서 생각을 돌려보았다. 내가 아닌 종의 X 염색체에 있는 어떤 유전자를 애써 들여다보려고 하고 있다. 뜬금없이 이승환의 천일동안을 귀에 꽂고 두번 들었다. 언제나처럼 집으로 돌아오는 1호선 업타운 지하철은 붐볐다. 그러면 거의 항상, 열차 안으로 깊숙이 더 들어가라고 사람들끼리 말싸움이 벌어지거나, 아니면 목소리 큰 분열증 환자가 같은 칸에 타서 우리 모두를 대변하듯 토해내는 말들로 열차가 진동하곤 한다. 오늘은 후자였다. 처음에는 모두가 같이 도와서 열차에 함께 타야 한다고 말하였고, 그 다음으로는 우리 모두가 하나의 성분 물질로 된 '같은' 존재라는 이야기를 하며 서로 구별짓고 미워하는 것은 어리석다 하였으며, 마지막으로 내가 내릴때쯤에는 돈은 한낯 불에 타는 종이쪽지에 불과하므로 돈을 쫓을 것이 못된다는 말을 하였다. 나는 이미 한정거장을 더 지나쳐간 상태였다. 콜럼비아 대학 앞 장터에 들르고 싶었던 내 마음을 저 이가 알아주고 내 귀를 붙잡아두었던 걸까.. 장터에서 싱싱한 애호박을 사서 쪄먹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호박은 없었고 대신 미나리를 한단 샀다. 미나리전을 해보아도 맛있겠다고 생각하며 가방을 뒤져 비닐봉지를 꺼냈는데 예전에 은수 운동화를 넣었던 비닐이다. 남편은 한사코 그러지 말라 하겠지만, 나는 미나리를 그 봉지에 넣었다. 내 생각은 어디에 가있는 것일까? 저기요 저기! 이봐! 몇번을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아저씨께서 내가 잔돈을 안받아간다고 부르는 것이다. 아저씨는 기가막히다는 표정의 한 30%쯤에 도달해 있었다. 잔돈을 안받아가는거는 잘못된 행동일까? 내가 정말 정신줄을 놓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 랩미팅때 사람들은 어느 '미친' 연구자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그가 다른 이에게 보낸 '이상한' 이메일을 어찌하여 제임스가 가지고 있었는지 그걸 화면에 크게 띄워놓고 "이 인간 정말 미쳤지" 하며 다들 배꼽을 잡았다. 미치고 이상한 세상에서 자기가 미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저들에게서 도망쳐 차라리 나는 붐비는 지하철 안에서 광인을 기다리고 싶었다. 이제 유월, 여름의 나른한 공기가 세상의 아이러니를 감싸고 돈다. 나는 그렇게 오늘을 쉬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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