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8일 수요일

몇달쯤 전부터 은수는 나랑 눈이 정면으로 마주쳤는데 어색한 경우 이빨 전체를 드러내고 씨익 웃는다. 그 모양새나 맥락이 영장류들이 주로 하는 fear grin이랑 닮아 있어서, 어제는 은수가 정말 좋아 웃는게 아니라면 그 웃음은 하지 말라고 당부하였다. 자기가 무엇인가를 두려워한다는 것이고, 고로 submissive signal이다. 은수가 나한테 장난치듯이 그 웃음을 짓는 것도 있겠지만 아마도 누군가 자기를 쳐다보는 것에 퍽이나 민감한 은수가 불편함을 드러내는 것이리라 생각하였다. 길가를 걷다가도 누가 자기를 쳐다본다고, 혹은 이렇게 저렇게 입고 나가면 사람들이 자기를 쳐다본다고 자주 말하는 은수다. 남의 시선에 민감한 아이가 fear grin까지 지으면 앞으로 살아가기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려움이 마음 속에 있다면, 때로는 적극적으로 의식하고 넘기도록 애써야 한다. 섬에서 내가 원숭이들과 매일 하는 것도 그거다 - 정면으로 다가오는 원숭이가 무서워도 길을 비키거나 움찔하면 안 된다. 오히려 상체를 더 곧게 세우고 자리를 지켜야 한다. 은수와는 숨을 크게 쉬는 법에 대해, 언제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곤 한다. 언제 어디에 있든 찌그러진 태도는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게 고통이다. 은수를 주눅들게 하는 것이 무엇일까 - 상대방의 시선과 평가인것 같다. 가장 가까이 있는 우리가 (그럴 자격이 딱히 없는데도) 은수를 이런저런 잣대로 재고 있는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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