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31일 일요일

큰 도시에 있어서 그런지 외출만 하면 여러 사람들과 마주치게 된다. 하루 종일 집안에 있지 않은 이상, 걸인은 한 명 이상 꼭 보고 실종된 가족을 찾는 공고가 한 개 이상씩은 꼭 눈에 들어온다. 그보다 자주는 아니어도, 구걸을 하거나 학대받는 아이를 보는 일도 드물지 않다. 오늘은 버스 정류장에서 아이에게 쉼없이 욕을 하며 손지검을 하는 이를 보았다. 이미 어느 정도는 다른 차원 속에 머물고 있는 듯한 그 사람은, 지나차는 차들을 가리키며 '버스다! 자동차다!' 하는 두살배기 남자아이에게 말끝마다 욕을 하며 닥치라고 말하고 있었다. 농구복 차림에 중성적인 몸인데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어서, 그가 아이의 엄마일 수도 있겠다는 절망적인 생각이 든 것은 아이의 눈이 그의 눈과 꽤 닮았음을 알아차린 몇분쯤 뒤였다. 아이의 형으로 보이는 네살쯤 된 또 다른 아이는 말없이 앉아 있었다. 엄마일 수도 있는 그 사람은 쉼없이 길을 내다보면서 버스가 오지 않는다고 욕을 했다. 오렌지 주스를 마시던 두살배기 아이가 주스 뚜껑을 바닥에 떨어뜨리자 다시금 더럽다고 욕을 해대며 아이를 몇대 때리고는 주스를 바닥에 쏟아 버렸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나의 간절한 질문은 하나였다: 이 사람은 누구일까? 아이의 엄마가 아니길 바라는 마음은, 만일 그가 정말 엄마라면, 참 오만한 바람이었다. 이 사람도 아이를 낳은 그 순간이 있었겠지, 아이를 통해 축복을 느낀 그 순간이 있었겠지... 하지만 아니었을지 모른다, 그리고 엄마가 정말 아닐지도 모른다. 부모 자격시험을 통과한 사람들만이 아이를 낳게 해야 한다던 지인의 말이 생각났다.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누구나 간절히 상상해봄직한 일 - 그리고 곧장 자기 자신에게로 날아오는 부메랑같은 그 상상은 이른아침 무더위처럼 나를 내리 꽂았다. 마침 버스 정류장에 은수랑 같이 서있었던 것이 고통을 배가시켰다. 그 오분여의 시간이 흐르고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아이들을 두고 은수만을 데리고서 버스에 올라타는 것 뿐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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