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7일 금요일
얼마 전 출산 한 친구가 종종 카카오톡으로 말을 걸어온다. 타지에서 반가운 마음에 답문을 하지만, 태평양보다도 먼 거리감이 금세 찾아든다. 아기는 너무 순하여 밤에는 깨지 않고 자 주고 낮에는 눈맞추며 잠투정 하나없이 예쁜데다 남편은 직장에서 돌아오면 팔 걷고 아기를 맡아주어 자기는 피곤할 일이 없다는, 행복의 연사가 방출되는 가운데.. 나는 ㅡ 친구의 행복은 내 것이 될 수 없다며 주춤하다가, 그런 행복은 애초에 바라지 않았다는 '신 포도' (여우가 포도를 먹고싶은데 너무 높아 못 따먹자 "저 포도는 분명 너무 셔서 어차피 먹어도 맛없었을거야" 했다는) 식의 자기 기만이 이어졌다가, 나도 그냥 자식자랑 하면 되지 버럭 치솟았다가, 누군들 팔불출 끼가 없으랴 다만 너는 그걸 방출했을 뿐이고 나는 그렇게 방출되는 나를 잽싸게 읽어버림으로써 결국엔 잰체하고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쉬잇, 조용히 말하고 때론 말하지 않음으로써 드러내는 우월의식, 나는 유치한 얘기 '따위'는 않는다는 식의. 하지만 나도 너와 다를바 없이, 삶의 유치한 면면들로 버티며 살아가고 있을 뿐인데 말이다. 그렇다면 너와 나에게 허락된 대화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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