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6일 목요일

어린이집의 창고겸 특별활동 교실겸 사용되고 있는 공간을 정리하러 잉그리드와 오후 한때를 보냈다. 은수와 같은반에 있는 남자아이의 엄마이자, 일주일에 한번씩 아이들에게 요가를 가르쳐주는 선생님이기도 하다. 스웨덴 여성의 소나무처럼 길고 굵직한 잉그리드의 몸에서 십분쯤 전 태웠을 법한 담배 냄새가 난다. 추위가 찾아오면 더 불안해지는 몸짓마저, 스쳐갈 때마다 엄마가 옆에 있는것 같았다. 담배와 불안의 징표들. 이승에서 내가 유일하게 밟아본 평온의 그림자는 엄마였다. 복도끝 교실에서 낮잠 들었을 은수를 생각했다. 낮잠때마다 끌어안고 자겠다고 갖고 간 내 가방에서 은수는 나의 어떤 체취와 어떤 떨림(혹은 나약함)을 떠올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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