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6일 토요일

아이를 낳았으면 제가 책임져야 한다 ㅡ 는 생각을 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이것이 양육자의 자기 규율이 아니고서는, 남에게까지 적용할 수 없는 생각임을 점점 깨닫는다. 내가 누군가에게 그렇게 말하는 순간, 나는 그 이상 아무것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학대받는 아이들이 도리어 부모에게 더 떨어지지 않으려는 경향을 두고 심호흡밖에 할 수 없듯이 말이다. 누가 아이를 어떻게 키우는지, 우리가 뭐라고 말할 수 있는가? 누가, 혼미한듯 중얼거리며 땅에 떨어진 포도알을 아기 입에 하나씩 집어넣는 부랑자 엄마에게 다가갈 것인가? 누가, 지하철 안에서 성내며 우는 아이 옆에서 무력하게 서있는 엄마를 탓할 것인가? 그 엄마가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모든 내밀한 과정을 돌이킨다면 말이다 ㅡ 그리고 무엇보다 더, 새끼를 낳는 것은 '자격'이나 '준비도' 따위로 예정되는 게 전혀 아니라면 말이다. 개미도 쥐도 거북이도 토끼도 물소도 인간도 풀도 목련도 모두, 다음세대에 자기를 남기려는 생의 동기로 씨앗을 떨구고 틔운다 - 그어떤 윤리도 목적의식도 없이. 잣대를 들이댈곳 없이 크고 둥근 생의 동기는 마구잡이로 굴러다니는 공같다. 공에 깔리는 이, 공을 타고 재주넘는 이, 쉼없이 공에 쫓기는 이, 멀찍이 숨어 공을 '피하며' 평생 사는이 모두 안쓰럽다. 누구도 탓할 수 없는 삶은 오로지 각자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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