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5일 목요일

경험의 가치는 크게 두가지가 아닐까 싶다. 첫째, 먼저 겪은 자들의 경험을 존중하는 태도를 지니는 것, 둘째, 나와는 다른 경험의 반경에 있는  (예컨대, 가장 극단적으로는 아이를 낳거나 직접 기르지 않은/못한) 이들이 겪을 나름의 고통을 존중하는 태도를 기르는 것. 하지만 첫번째에는 경험 그 자체만이 다는 아니라는 함정이 있고, 두번째에는 내가 직접 겪지 않은 일을 헤아린다는 어쩔 수 없는 피상성이 있다. 이 틈에, 출산과 육아의 생생한 시간들 속에서 '안 해보면 죽어도 몰라' 식의 무식한 경험지상주의에 점점 빠져들고 있는 나를 본다. 언젠가, 우리나라의 전쟁 세대들을 보며, 어떤 지독한 경험 이후 그 힘들었던 시간의 외로운 옹호자가 되어버리는 게 아닌가 쯧쯧했던 기억이 난다. 모래늪으로 빨려들어가는 고야의 개마냥, 이 정신성도 이제 끝이 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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