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28일 월요일


출산을 앞두고 육아 서적을 읽는 엄마들의 설렘은 석양빛처럼 서글프다. 출산 뒤 지독한 혼란 속으로 빠져들어갈 즈음, 첫 임신을 알리는 친구의 들뜬 안부 인사는 일몰 뒤 하늘처럼 깜깜하다. 나는 할 말이 없다. 나 역시 그들과 같은 순간을 밟아 여기까지 왔다. 다음 정거장은 이름만 알뿐 어떤 곳인지 모른 채 덜컹거리며. 도착한 뒤에 바라보는 지나간 시간들은, 지워져 가는 철로 위로 빠르게 미끄러져 간다. 지금을 따돌린 저 시간들이, 육아 서적을 읽는 엄마들과 임신을 기다리는 친구들의 얼굴에 면사포처럼 덮인다. 이제 저들이 문지방을 넘으며 치를 의식을 나는 말없이 기다릴 뿐이다

그렇게 모두가 돌이킬 수 없는 외방향 길을 걸어오고 있다. 나는 다만 조금 먼저 이곳에 왔을 뿐. 돌이킬 수 없는 여정을, 그런데 돌이키고 싶은가? 하지만 지나간 시간, 아이가 없던 그 시간은 도무지 시리도록 낯설다 ㅡ 그러니 돌이키고 싶지 않다. 하지만 나는 늘 읊조린다, 돌이킬 수 없다, 돌이킬 수 없다, 돌이킬 수 없다… 지금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형태의 긍정은 이것. 이렇게 해서 나는 저 면사포를 거두고 칠흑같은 밤을 깨어있다.

댓글 1개:

익명 :

편지 잘 읽었어.
여러가지 쓸쓸함과 혼란, 슬픔과 피곤함이 넘치는 봄이었기에 네게 어떤 힘이되는 말도 해주지 못했네. 난 견디고 있고, 선재는 이제 엄마구실도 제대로 못하고 도망치기만 했던 엄마의 얼굴을 보며 활짝 웃는다. 나도 씨릴도 딸바보모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