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19일 월요일

마음대로

아이를 낳은 뒤로는 마음대로 자거나 아픈 적이 없는 것 같다. 언제든 피곤하거나 몸이 안좋으면 자리에 눕곤 하는 남편을 보며 든 생각이다. 아이가 깨어있는 동안 나는 잠잘 생각을 할 수가 없고, 아팠던 적은 두번의 젖몸살 말고는 없었다. 그나마 첫번째 젖몸살때는 그게 그냥 피곤해서인 줄 알고 그냥 지나갔고, 두번째 때는 친정에 있었으므로 남편이 지켜보는 앞에서 앓는 모양을 취한 것은 아니었다.

마음대로 자고 마음대로 아프다는건 대체 뭔가? 몸살이 나 일찍 잠든 남편과, 한시간째 잠 못들어 낑낑 끙끙대는 아이 옆에서 묻는다. 자고싶어도 못자고, 아픈데도 아픈 내색 못한다는 넉두리가 아니라 사실은, (남편에 비해) 잠이 안오고 아프지 않다 - 더 정확히 말해보면, 아이가 깨어있는 동안에는 내가 잔다는 생각을 하기 어렵고, 아이 그리고 남편과 콩닥거리는 하루 하루를 보내다보면 몸에 제동이 걸릴만큼 아플 틈이 없는것 같다. 긴장해있어서라고들 한다. 할것들과 해야할것들 그리고 무엇보다 하고싶은것들로 한껏 각성되어있는 몸. 쉴틈없이 달리고 있는 상태.

아마도 아이를 낳은 뒤로 '마음대로' 라는 게 예전과 다른 것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간혹 누가 아이를 봐주어서 내 '마음대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어도, 어떤 엄마의 표현대로 나의 '뒤통수를 잡아끄는' 무엇인가 있어서 나는 다시 그 쪽으로 돌아가게 된다. 내 마음대로? 나는 누구의 마음과 함께 움직이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내가 가장 편히 잘 수 있을 때는 다름아니라 아이 옆에서 잘 때이고, 내가 내 모든 아픔을 잊고 '봉사' 하는 때는 아이가 열병이 나 누웠을 때이다. 나는 아마도 내 몸뚱아리에서 다른 몸을 내놓으면서 내 마음까지 내놓았던가 보다.

이렇게 말해놓고 나니 남편은 외톨이가 되고 만다. 안타깝게도 나는 남편이 아이를 두고 자고 있으면 야속하고, 몸져 누우면 화가 난다. 남편은 남편 '마음대로' 졸립고 아픈 걸까? 내 마음은 남편과는 함께 움직이지 못하는 걸까? 짓궂게도 나는 남편에게 내 마음대로 섭섭한 말을 내뱉고야 만다. 앞세대 엄마들처럼 입만 삐죽거리거나 꾹꾹 눌러 참거나 하는 것은, 글쎄, 또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이렇게 해서 상처를 받고 또 주니, '내 마음대로' 라는 것은 참 요상한 물건이다. 미안해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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