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야 할 길의 형태는 정해져 있지가 않다. 누구는 갈래길이라고 하고, 누구는 외길이라 한다. 누구는 미로라고 하고 누구는 미궁이라고도 한다. 정해져 있지 않되, 자기가 정하기 나름인 것이 길의 형태인지도 모르겠다. 내 안에서는 좁디좁은 외줄 모양의 길이 늘 헷갈리듯 생겼다 사라졌다 한다.
때로, 길은 외줄이 아니고, 널찍하게 막 생겼다고 생각하고 싶어진다. 몸의 긴장을 풀고, 더불어 마음까지 약간 헤이하게 하면, 그런 길에서는 주위 풍경에 마음껏 기웃거릴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렇게 생각하고 길을 걷노라면 쉼없이 두리번거리니 역설적이게도 풍경은 떠오르지 않는다 -절대로. 갈지자로 이리저리 쏘다니는 내 걸음걸이를 발견한다.
잠시 쪼그리고 앉아 길의 표상을 점검한다. 내가 걷던 길은 외줄이 아니었을까. 나는 지금 이미 나락 어딘가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여긴 어딜까.
그 순간 발이 딛고 선 것은 하나의 낯익은 외줄. 언제고 나는 아까의 그 대로로 돌아갈 수 있다, 생각하기 나름이니까. 그것은 퇴행일까? ... 이 외줄을 걸어나가려면 일체의 생각들을 발끝 하나로 모아야 한다. 그뿐, 이 걸음걸이에는 퇴행도 발전도 의미 없다. 발 위의 몸을 지탱하고 바로 서 있기.이것이 바로, 다른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외줄 위로 혼자 걸어가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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