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는 은수 학교에서 동물원 견학 가는 데 함께 다녀왔다. 처음으로 은수네 반 아이들과 한나절 가까운 시간을 보낸것 같다.집에서는 항상 은수 하나만을 놓고 보는데, 그만큼 커다란 존재 하나하나 열여섯이 모여 인생의 하루를 스쿨버스에 실은 채 저마다의 모습으로 고양되어 있었다. 요즘말로 ADHD라고 할 수 있을것 처럼 한순간도 가만히 못 서있고 팔짝거리는 아이가 은수네반에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버스 안에서 내 옆에 앉은 그 아이가 쉼없이 내게 말을 거는 동안 나는 아이의 발음이 많이 부정확하다는 것과 아이가 창밖 신호등의 색깔들을 시시각각 알아차리고 있음을 눈치챘다. 견학 내내 선생님은 아이를 한손에 붙잡고 한시도 놓아주질 않으셨고 아이는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견학때마다 도시락 없이 오는 아이가 있다는 것을, 점심 시간 올리비아네 엄마의 귀띔으로 알게 되었다. 아이는 학교에서도 점심을 못 먹는다는데, 담임 선생님이 아이들과 함께 식사를 하지 않는 터라 아무도 딱히 손을 못써주고 있는 모양이었다. 마음이 상하고 나니, 옆자리에 앉아 점심 도시락을 먹는 같은 학교 상위수준반 아이들 열여섯중 열넷이 백인인 것이 괜히 눈에 들어왔다. 여기는 점심 굶는 아이가 하나도 없겠지, 상위수준반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몇달을 풀어야 한다는 수백불 어치의 교재들을 구할 정도의 가정에서는...하지만 무엇보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는 게 싫었다. 아이들은 누가 무얼 먹는지 주위를 살피며 간혹가다 맛있는 걸 먹는 아이가 있으면 자기도 달라고도 하면서 열심히들 먹고 있었다. 먹을 것은 누구나 자기 입으로 넣는다는 것을 아이들은 안다. 그 규칙을 어기는 것은 엄마들 뿐인데, 그나마도 자기 아이 입으로 먹을 것을 넣는다. 그렇게 하여 누구는 굶고 누구는 배를 채우는 시간이 같은 하늘 아래서 펼쳐지는 것이다.
어느 한군데서 동물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기보다는, 시간이 다 될때까지 쉼없이 돌아다니며 서로를 바라볼 여유조차 없었다. 어차피 이미 심경이 복잡해진 나로서는 어찌해도 마찬가지였을지 모른다. 마지막으로 들른 펭귄 수족관에서, 몸집이 작은 Gentoo 펭귄들 여럿이 몸집이 두배는 되어보이는 King 펭귄 한마리를 향해 가만히 서있는 걸 보았다. 똑같이 펭귄이라 불리지만 그들은 종이 다르고 번식도 함께 하지 못한다. 그 바로 뒤 벽에는 넓게 펼쳐져 '보이게' 그려 놓은 북극의 풍경이 담겨 있다. 내가 낳은 아이가 어떤 세상에 떨구어졌는지를 새삼 깨닫는, 그러면서도 기어코 '내' 아이를 낳아 밥을 떠먹이겠다 결심했던 나를 바라보는, 그 비릿한 순간들이 빠르게 축적되면서 주체할수 없이 갈증이 났다. 먹이도 없는 좁고 텅빈 물속으로 총알처럼 빠르게 헤엄쳐 들어가는 펭귄들을 부르며 아이들은 수족관 벽을 두드렸다. 모두가 누군가에 의해 잉태되어 같은 세상에 태어났지만, 아이들은 이미 다른 삶을 향해 빠르게 갈라져나가고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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