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25일 화요일
이제 해가 많이 짧아져서, 다섯시에만 학교에서 나서도 여덟아홉시에 집으로 돌아가는 것같이 발걸음이 빨라진다. 기다림이 나를 더 강하게 끌어당긴다. 그 힘에 이끌려, 어스름한 길 맞은편에서 아빠 손을 잡고 총총걸음으로 다가오는 여자아이를 은수로 생각했다. 상상한 것도 착각한 것도 아니다. 우리가 스쳐지나가면서 그 아이의 얼굴이 가로등 아래에 온전히 선명해지기 직전까지 몇초간 그저, 나는 은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꿈결에서처럼. 낯선 이의 딸이 된 은수가 과자를 먹으며 깡총거리며 다가왔다.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품에서 자라는 은수의 모습. 익숙한 깡총거림과 빛나는 눈동자 어딘가 새침한 속내가 그대로였지만, 곁에는 내가 모르는 사람이었다. 은수를 계속 지켜보고 싶었다. 내가 없이도 은수인 듯하다. 그 미묘한 느낌은 지하철을 타고 다시 바쁜 걸음으로 집에 돌아오는 동안 날아갔다. 은수를 품에 안고 나는 꿈에서 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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