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는 뭍으로 나온 인어가 되는 꿈을 꾸었다. 다리를 얻은것 같음에도 어찌된 영문인지 나는 땅에서의 생활을 정상적으로 하지 못하고 물속에 머물러야 했다. 장소는 어느 해군 기지 안의 어두침침한 실내 훈련용 수영장이었다. 동물기름이 낀듯 한 물 속을 나는 하염없이 헤엄치며 갇혀 있었다. 기지 내 청소를 맡고 있는 언니 분께서는 사실 뭍으로 나온 인어들을 바다로 돌려보내주는 '요원'이시다. 언니는 한 팔에 인어를 낀 채로 바람을 가르며 오토바이를 타고 밤바다에 다다르곤 했다. 청소부 차림을 한 언니는 이따금씩 수영장 문을 열고 나를 확인하였다. 누군가 오는 것 같으면 내게 신호를 주어 수영장 한켠 샤워커튼 뒤에 몸을 숨기도록 했다. 기지 밖으로 나갈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점점 확신으로 커져 커튼 뒤에 잔뜩 움츠리고 있는 순간 눈을 떴다. 온 몸에 힘이 들어간 채 움츠리고 있었다.
하루는 더뎠다. 종종 어딘가 시큰거리는 것도 같았다. 파고 들어가려는 곳은 잘못 찾아갔는지 꿈쩍도 않는다. 그랬던 하루도 아이를 데리러 가는 시간이 되면 어디서부터인지 미끄러지듯 유유히 흘러간다. 딸아이는 자기 손가락만큼 작은 플라스틱 인어 인형을 들어 보이며 "엄마 이거 아까 메이브네랑 저기 갔을 때 줬다?" 한다. 주황색 조그마한 인어다.
손 잡고 횡단보도 앞에 서서 딸아이는 그릇에 물을 담아서 인어가 수영을 할 수 있게 해줄 거라 말했다. 그리고 다음번에 인어 하나를 더 얻어 와서 인어 친구를 만들어줄 거라고도 했다.
집에 돌아와 딸아이가 물에 담아 준 인어는 말없이 떠있는다. 아이는 전등불을 비춰 주며 "검은색 바다가 깜깜하고 무서우니까 꼭 불을 켜줘야 해" 하였다. 꿈 속에서 나를 지켜주던 유일한 그 언니가 지금 내 곁에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다를 지키는' 해군이 하지 못하는 일을 어느 이름없는 청소부 여인이 하고 있듯 - 구원은 인식받고 인정받는 영역 밖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아이가, 여성성이, 일용 노동자가, 다리없는 인어가.
댓글 1개:
여기에 글을 남겨도 되는건가? 단편 소설을 읽는 기분이야. 엊그제 안토니오 체육활동 따라 갔다가, 유리를 버리는 곳에서 작은 어항을 하나 건져 왔단다. 물고기를 키우기에는 작은, 누군가 다육식물을 키우다가 고사시키고, 빈 어항을 오래 방치했다가 집 정리를 하면서, 버리러 왔는데..유리통에 넣어서 깨뜨려버리긴 못내 아쉬워 새주인이 나타나지 않을까? 망설이며, 유리쓰레기통 위에 놓여있던 어항. 냉큼 가방에 넣어서, 집에 가져와 씼어서 물을 넣고, 그 안에 안토니오 보물 유리구슬을 넣어 두었더니...작은 장난감 배도 넣고, 종이접기로 만든 물고기도 넣어야 겠다는 안토니오를 간신히 말려 유리구슬과 돌맹이만 들어가 있네. 은수 인어는 아직 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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