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골이 바짝 긴장해오면서 눈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순간들이 종종 엄습해온다. 아이는 daycare로, 남편은 학교로 가고 없는, 아침 설거지를 마치고 부엌불을 끄고 나와서 생각한다. 내가 오늘 해야하는 것들. 다람쥐 쳇바퀴돌듯 또 돌고 도는 생각들과, 아무것도 없는 나자신으로부터 힘겨운 한발자국을 떼야 한다는, 목적같지도 않은 목적을.
미야자키 하야오의 모노노케 히메를 떠올리며 거친 숲 속에 외따로 떨어져있는 나를 상상한다. 어디서 어떻게 달려들지 모르는 야수들. 그러나 어쨌든 나는 움직여야만 한다. 숨을 들이쉬고, 크으게 들이쉬고 내뱉고 다시 걸어나가는 수밖에 없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동시에 모든것일 수밖에 없다는 맑스의 말을 겨우 끄집어 낸다. 나뿐인 삶. 그게 맞다, 어느 순간에는 말이다. 그러니 이 멈춰진 순간들, 바짝 굳어버린 이 순간들에 내가 할수있는건 숨을 가다듬고 나를 조금이라도 일으켜세우는 것뿐. 모든 것은 다 나의 호흡에서 비롯된다 ㅡ vivire sa vie.
댓글 1개:
멀리서 함께 숨쉬기 운동 중이야. 음악들 너무 고마워 요가하면서 그림그리면서 또 밥하면서 듣고 있어. 어떻게 지낼지 머릿속으로 그려져서 메일 보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조만간 메일 보낼게. 잘 지내야해. 왠지 그 숲에 나도 있는 듯하다.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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