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20일 수요일

당신은 누구인가?

아이를 낳았다는 나를 바라보는, 아직 출산을 경험하지 않은 주위 사람들의 눈빛들은 묘하다. 그중 두가지 종류의 눈빛들이 나를 비껴나간다.

1) "쩝, 안됐다 ㅡ 나는 너처럼 하지 않을거야"
이들은 이렇게 말하는것 같다. 아이 '때문에' 네 인생 멈춰섰구나, 그게 뭐니. 세계 인구는 폭발 직전이고, 나는 내인생 정말 제대로 살아보고 싶으니 ㅡ 아이는 안 낳을거야.
이들에게 내가 말하고 싶은건, "공감백배, 너희들 현명한 선택이다. 그리고 '지금' 난, 새털같이 가벼운 너희가 부럽다! 하지만 아이러니 아니냐? 너희의 선택은 경험을 토대로 한 것이 아니라는 게. 인생 살아보고 살지 안살지 결정할 수 없는 것처럼... 그리고 난 새털같이 가볍지 못한대신, 내 근육을 단련시켜줄 초대형 모래주머니를 짊어졌다우."
*여기서 나의 모순을 발견한다. 나는 너희가 부럽지만, 결코 너희일수가 없다.

2) "부럽다 정말 좋겠다~ 나도 애 낳고 싶어!"
휴우, 예전의 내모습이 얼핏 비쳐서 더욱 시선을 맞추기 어려운 이들. 자기가 어떤 터널로 들어서는지 모른채 대책없이 설레는 저 마음들. 그래, 이렇게 자연은 우리가 세대를 이어나갈 수 있는 '맹목적' 동기를 선물하셨구나.
이들에게 내가 말하고 싶은건, "겪어보니, 너희가 생각하는 그런게 아니야.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야. 준비 되어있니?"
*여기서도 나의 모순이 있다. 나는 이들을 위한다는 생각에, 이들에게 "아이 낳지 말것"을 간절히 원한다. 하지만 나는 한때 이들중 하나였던 '나'에게 그저 푸념하고있는 것뿐이다.

그래서 내 눈이 향하는 사람들은, 역설적이게도, 얼굴을 볼수없는, 사이버 공간상의 현역 엄마들이다. 혹은 보기 드문 현자들 ㅡ 그사람이 출산을 경험했든지 안했든지, 경험의 문턱 위에서 내게 위로의 말을 건넬 줄 아는 이들이 저멀리 떠있는 별들처럼 내곁을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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