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말처럼 하는 말이, "교동은 벌써부터 추워요, 아휴~ 지겨워"다. 식품점 아주머니는 작년 이맘때 내게, 20년전 시집 오고 처음 교동 추위를 겪은 뒤 좀처럼 적응하기 어려워 혼이 났다고 투덜거리셨다. 나도 돌이켜보면 지난 겨울 참 추웠던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안그래도 추운 집에서 탄소배출 줄여본답시고 실내온도는 15도를 넘기지 않게 했으니, 다른 선생님들과 주사님들께 이제와 죄송스럽지만, 교동의 추위를 더욱 춥게 만들기도 했던 것이다. 그래도 감기 한 번 안걸렸고, 산꼭대기 지킴이처럼 손장갑에 목도리 두르고 책상 앞에 앉아 있으면 뭐라도 된마냥 괜히 비장해지곤 했다.
이제 두번째 겨울을 목전에 두고 있다. 모내기철보다 바쁘다는 추수철. 엊그제 메르세데스 소사의 부음을 접하면서, 이제 초겨울이구나 싶었다. 모든 것이 열매가 되어 떨어지고, 조용히 오그라들어 어느 품에 안기는 때. 그렇게 하나둘씩 떠나가나 싶지만 ㅡ 찾아오는 것이 있으니, 북녘에서 날아오는 기러기떼다. 하루에 한두번, 기러기 울음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면 화개산 뒤쪽에서부터 적게는 열뎃마리에서 많게는 삼사십마리가 날아온다. 황새가 아기바구니를 안고 온다는 어느 신화가 떠올라, 저 기러기들이 반갑게 보인다. 나와 함께 이 겨울을 날 저 기러기들, 그리고 어디선가 찾아올 아기.
다들 교동이 춥다지만, 기러기들과 함께 귀한 손님 맞이하다보면ㅡ 이번 겨울도 그리 춥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사실, 적당히 추운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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