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8일 목요일

운동장에 서서

아침에 교동초등학교를 가로질러 식빵을 사러갔다 왔다. 8시 전후로 운동장을 걸으니 등교하는 아이들 목소리가 하나둘씩 들려온다. 교동에 들어올때부터 이곳 아이들과 함께 뭔가를 하고 싶었다. 방과후 교실에 참여해서, 글쓰기를 함께 하거나 책을 같이 읽거나, 이도저도 못하면 영어라도 가르칠 수 있을까 싶었다. 아이들과 만나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내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내 의지의 문제이고, 이것은 어떤 일이 있어도 붙들어보고싶은 과제였다. (이에 비해 그 외의 과제들, 논문 쓰기, 학회 발표, 학진 프로젝트 참여, 유학준비 따위는 출산과 육아를 '핑계'로 접어두고 싶은 것들이다 - 출산과 육아를 한낱 핑계거리로 만드는 일들은 모두 죽은 일들이다.)

문득 이제 교동에서 일년반 정도의 시간이 남았음을 깨닫는다. 애초에 '3년' 이라는 조건을 달고 들어왔으니 교동생활은 애초부터 시한부 인생과도 같았고, 그래서일까, 한달 한달 한계절 한계절이 꿀처럼 되직하고 진하게 흘러가고 있다. 검은 비닐봉지를 달랑달랑 흔들며 아이가 내 옆을 지나 교문으로 들어선다. 춥지도 않은지 반팔 반바지를 입은 또 다른 아이가 뛰어간다. 나는 어디쯤 서서 이 아이들을 만날 수 있을까. 교동에서의 시간은 이제 좀더 빠른 속도로 흘러갈 것이 분명한데, 내 옆을 스쳐지나가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나는 운동장을 천천히 빠져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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