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10일 수요일

"일하는" 사람을 알고 나면,

면사무소 박기사님을 알고 난 이후부턴, 박기사님의 손길이 닿을 일거리들에 함부로 할 수 없게 되었다. 분홍색 음식쓰레기통과 그 주변, 재활용 쓰레기를 모아 버리는 비닐봉지들, 그리고 잡쓰레기를 모아 내다버리는 곳. 그곳은 이제 더 이상 폐기물이 모이는 '보건소 뒤꼍'이 아니다. 박기사님의 일거리가 모이는, 그곳은 누군가의 '일터'다.

오늘은 식품점에서 장을 보고 오다가 푸른색 작업복에 모자를 쓰시고는 쓰레기차에 앞서 걷고 계신 박기사님과 마주쳤다. 내가 눈인사를 건네면 박기사님은 언제나 먼저 말씀으로 인사해 오신다: "어디 가십니까!" 그제야 나는 웃음을 터뜨리며 입을 열고는, 안녕히 가시라고 인사드린다. 뒤돌아서는 마음으로는 항상 기도하게 되는 것은, 어쩔수 없는 수순이다. 일하시며 삭혀야 하는 자기만의 부화가 있다. 그리고 그것을 삶의 다음 걸음으로(혹은 '거름'으로?) 이어나가는 태도는 내가 배우고 배워도 충분함 없는, 일하는 사람들의 힘이다.

어쩌면 바로 그 힘을 잊지 말라고, 이오덕 선생님께서는 '일하지 않는 자는 글도 쓰지 말라'고 하셨는지 모르겠다. 누구나 자기 일이 신성한 노동이 되고 삶의 동력기가 될 수 있을 때, 우리 앞에 진정한 한편의 글이 자연스레 쓰이게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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