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28일 금요일

숲 안내인

그 숲에는 길이 없는대신, 안내인만 있다. 자기 직업에 충실한 그 사람은 숲을 보다 '잘' 안내하는 방법을 매일 고민한다 - 누구도 그를 방해하지 않는다. 그의 일과는 숲의 구석구석 발길 닿는대로 다녀보는 것으로 이루어지며, 해가 지면 탐사가 멈춘 곳에 자리를 펴고 지친 몸을 쉬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해가 뜨면 다시 그 자리에서 탐사가 시작된다. 숲에는 길이 없으므로, 그는 몇 번이나 헤맨 자리를 다시 헤매고 나서야 그 장소에 '이름'을 붙이고 기억하게 된다. 나무 군락, 짐승들의 집, 군데군데 흘러가는 시내는 이정표 역할을 해준다. 누구도 그 숲의 시작과 끝을 모르고, 오직 알려진 것은 안내인의 마음 속에서 그려지고 있는 숲의 지도이다. 그가 숲 안내인으로 고용된 것이 언제인지 모르지만, 숲에 찾아와 안내인을 부른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다. 아니, 이 매력적인 숲에 찾아온 누군가가 있었지만 입구가 없는 숲의 언저리만을 어슬렁거리다 결국 안내인을 만나지 못한 것일 가능성이 더 높다. (미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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