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마를 막 시작한 똘레가 갑판에서 뛰어다니고, 그를 지켜보는 형률과 나는 똘레에게 어떤 옷을 입힐지 고르고 또 고르고 앉아 있었다. 똘레의 얼굴은 안 보이고, 온통 옷 뿐이었다 - 똘레는 미지의 존재, 마치 괴물과도 같았다. 그리고 나는 손바닥을 긁으며 눈을 떴다. 내 손은 썩지 않을 궁리를 한시도 멈춰본 적이 없다.
때로는 너무나 강하게, 원점을 돌아가야 한다는 의지가 나를 몰아 세운다. 밑바닥으로부터의 다짐은 언제나 한결같은 풍경을 계기로, 그리고 한결같은 형태로 이루어져 왔다 - 그러므로 그 다짐을 회복할 원점 또한 한결같은, 하나다.
한심하게도 늘 원점으로부터 멀어지기만 하는 운동(늘 예상하지 못한 방위로)을 하고 있다. 원점을 묻는 나 자신을, 더 강하고 더 무심하게 짓밟아버린다. 그리고 가장 무서운 것은 어느새 피어나는 자조의 곰팡이다.
새벽 네시 책상에 앉아 히드로코티솔을 바르며, 꿈속의 괴물같았던 똘레의 모습, 아니 내모습을 잊으려고 노력한다. 회복할 것이 남아있기나 한 것일까? 마치 27년을 벗겨지고 또 벗겨져 지문조차 남아있지 않은 내 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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